신생 PE들의 반란
- 더벨 한형주 기자
- 2017년 3월 21일
- 2분 분량
요즘 국내 자본시장에서 신생 중소·중견 PE들의 활약상이 부쩍 눈에 띈다. 현재 진행 중인 주요지분 투자 거래들을 사례로 압축하면, 이상파트너스와 이니어스PE, 그리고 메디치인베스트먼트 등을 대표주자로 들 수 있겠다. 먼저 한화자산운용 PE 사업부 출신 손영민 대표가 작년 상반기 설립한 이상파트너스. 출범 후 몇 달 안 돼 의류업체 '팬코(PANKO)' 투자로 데뷔식을 올리더니, 올 들어선 성인 단행본 매출 1위 출판사 '㈜위즈덤하우스'에도 상장 전 지분투자(프리IPO)를 단행했다. 이번 딜에 '미생'과 '내부자들'로 유명한 윤태호 작가를 초청해 회사 성장을 함께 도모키로 한 점도 깜짝 카드다. 투자금은 각각 350억 원, 100억 원 규모로 집행됐다. 사모투자업계 '슈퍼 루키'의 등장을 알린 이니어스PE는 첫 투자 안건인 폴라리스쉬핑 프리IPO로 1500억 원에 달하는 트랙레코드(투자 실적)를 한번에 쌓게 됐다. 이니어스PE의 박정수 대표는 과거 연기금들의 해외 딜 자문을 하면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. 이러한 기관 네트워크가 폴라리스쉬핑 투자 펀드 조성에 적잖이 기여했다. 시장 인지도가 낮다는 점을 감안, 국내 톱티어(Top-tier) 증권사인 NH투자증권(PE)과 컨소시엄을 구축한 것도 묘수였다.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펀드 사이즈나 연식 면에서 앞선 PE들보다 다소 우위에 있어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게 부적절할 순 있겠다. 그러나 메디치인베스트먼트의 롯데글로벌로지스(옛 현대로지스틱스) 투자가 하우스 자체적으로 그간 해보지 않았던 시도임은 분명하다. 프로젝트 펀드 설정액이 1000억 원을 웃도는 딜에 있어 주로 공동 투자자(Co-GP) 형태의 운용 전략을 짜왔던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이번에 무려 3000억 원에 이르는 펀드레이징을 자력으로 완수해냈다. KTB PE에서 넘어 온 배진환 대표가 사령탑을 맡기 전까지만 해도 벤처캐피탈(VC)로서의 성향이 강했으나, 배 대표가 합류한 2012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덩치를 키워 VC-PE '투트랙' 체제 구축에 성공했다는 평을 얻는다. 이들 하우스의 공통점은 신규 PE라는 지위에도 불구, 대표자를 비롯한 구성 인력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비교적 원활한 펀딩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.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월한 펀딩 또한 좋은 딜 소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이다. 때마침 국내에선 드라이파우더(미투자금) 소진에 목말라 있는 대형 펀드들에 피로감을 느낀 출자기관(LP)들이 차츰 시야를 넓히려는 트렌드가 감지되고 있다. 그만큼 중소·중견 운용사(GP) 및 신생 PE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것이란 목소리가 많다. 지난해 인수금융(Loan) 시장에서 죽을 쑤다시피 한 은행권에서도 참신성을 갖춘 중소·중견 하우스들을 선별해 따로 자금을 맡기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. 최근 속속 모습을 드러내는 뉴페이스들의 활약이 기대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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